2024-08-28 14:51:00 조회수 - 89
청각장애인 위한 ‘텔레코일 존’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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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인 A 씨는 얼마 전 제주 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에 나갔다 낭패를 보았다. 비행기 탑승구가 바뀌었는데, 안내방송을 못 들어 비행기를 타지 못했던 것. A 씨는 보청기를 사용하고 있지만 주변이 너무 시끄러워 방송 내용이 잘 들리지 않았았다고 한다. 실제 보청기 사용자의 만족도 조사결과를 보면 일대일 대화 상황에서는 평균 84.4% 정도 내용을 이해했으나 전화나 TV 시청, 마트에서의 대화, 종교시설 등 사람이 많거나 공간이 넓은 장소에서는 60% 수준밖에 이해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

텔레코일 존은 이런 보청기 사용자의 불편을 덜어주는 장소다. 보청기나 인공와우는 증폭기를 통해 소리가 증폭되고 리시버를 통해 소리가 출력되어 작은 소리를 크게 들리게 해주는 기기다. 이때 마이크를 통해 수집된 소리를 전기적 신호로 변환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텔레코일이다. 텔레코일 존은 청각장애인이 보청기나 인공와우에 내장된 텔레코일을 통해 소리를 더 잘들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특수한 공간이다. 해외에서는 히어링 루프(hearing loop) 또는 인덕션 루프(induction loop)라고 불린다.

히어링 루프는 현재 세계 30개국에 설치돼 있으며, 영국, 호주 등 세계 주요 도시 극장(공연장), 강당, 교실, 법정, 공공 회의실, 편의시설 등에 설치되어 청각장애인의 사회참여를 위한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미국 장애인법(ADA)은 청각 루프시스템을 포함한 보조 청취 시스템(ALS)에 대한 특정 규정을 포함하고 있고, 2010년 개정을 통해 접근성 설계 기준을 자세히 명시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장애당사자조차 텔레코일 존이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고, 설치돼 있는 곳도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보청기, 인공와우 사용자들의 문제에 대한 보완책으로 주변 소음을 제거해 음성만 선명하게 증폭하는 기능을 갖춘 보청기기 전용 방송장치가 개발돼 시판되고 있다. 그리고 충청북도 민원실(읍면동사무소) 25곳, 대전광역시청 민원실, 경기도 누림센터, 전국 청각장애특수학교, 화성기 버스정류장 등에 텔레코일 존이 설치돼 있기도 하다. 하지만 텔레코일 존의 설치가 의무화된 해외 현황과 설치 사례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 청각장애 당사자들이 맞닥뜨려야 하는 현실은 너무나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텔레코일존에 대한 장애당사자들의 인식도 낮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한국장총)이 ‘2024 카카오뱅크 이공계 장애대학생 진로개발 지원사업: 모두(MODU)’에 참여한 청각장애 학생 10명(인공와우 3명, 보청기 5명, 인공와우&보청기 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텔레코일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40명 중 6명이 본인의 보청기나 인공와우에 T모드(텔레코일 모드)가 내장돼 있는 지조차 몰랐으며, 9명은 보청기를 사거나 인공와우 수술을 받을 때 T모드 기능에 대한 교육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지난 7월 한국난청인교육협회의 도움을 받아 실시한 이메일 설문조사에서도 거의 동일하게 나타났다.

한편, 텔레코일 존을 경험해 본 경우의 만족도는 매우 커, 화성시 버스정류장과 천안독립기념관에서 T모드를 경험해 본 청각장애당사자들은 ‘T모드 껐을 때와 비교해 너무나 깨끗하게 들을 수 있어 신기하고 편안했다’고 말했다.

한국장총은 이 같은 설문조사와 해외사례 조사 결과를 최근 발간한 『장애인정책리포트』 제446호를 통해 발표했다. 리포트를 통해 ‘텔레코일 존의 효용성과 필요성, 파급효과는 보청기, 인공와우 등을 사용하는 난청인은 물론 시각장애 등 타 장애와의 중복장애를 가진 청각장애인 등을 고려하면 매우 크고, 중요한 문제’임을 지적하며, ‘우리나라에도 텔레코일 존 설치 및 제공 의무화를 추진해야 할 것’임을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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